< 수다가 좋다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사람보다 착한 구미호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특별히 나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이야기가 흥미롭고 긴장감 도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귀엽고 예쁜 구미호와 사람의 사랑이야기인데 그들의 사랑에 행복한 결말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미리 짠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보면서도 순간순간 지켜보는 것이 그저 흐믓하고 좋다. 이것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다. 뭔가 감동을 받기를 원한다거나 그렇다고 큰 반전이랄까, 머리싸움도 없다. 그저 눈을 TV 에 고정만 하면 된다. 인간 세계를 모르는 구미호가 모자라는 거이 아니라 남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모자른 것은 채워야 하는 것이지만 다르다는 것은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를 뿐이라는 철학적인 대사 한마디에 아, 하기도 하며 완전하게 몰입하고 있음이다.

그렇지만 그냥 맹탕은 또 아니다. 완전한 맹탕으로 그저 대웅이와 구미호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만 있다면 아무리 그들이 귀엽고 예쁘더라도 1시간이 넘도록 몰입하고  챙겨보는 것까지는 힘들다. 그들에겐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 외에도 홍자매 특유의 독설이 포함돼 있다. 그들이 아닌 척하고 내뱉은 대사에서 살을 바르고 뼈를 추리면 우리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것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독설에 속시원해 하면서 구미호가 500년 동안 액자에 갖힌 그런 사람이 아닌 존재로 인간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그냥 대웅이와의 사랑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우리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존재인 그녀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적응하는지, 인간과 다른 그녀가 인간에겐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볍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인간 사회에 배려는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겐 존재하지 않고 무시하고 대접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존재로 구미호가 그려지고 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 뉴스엔


긴장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유치하기까지한 그들의 이야기엔 피식하는 웃음도 있지만 순수하고 맑은 구미호를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구미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녀의 순수함에 인간이 더 나쁘고 여우같다는 생각을 하며 대웅이가 갖고 싶은 것이 캠코더광고판인줄 알고 열심히 돈을 벌었던 미호에게 돌아온 것은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불판을 닦고도 만원밖에 주지 않는 고기집 사장님과 그렇게 어렵게 번 돈으로 광고판을 사겠다는 그녀에게 광고판을 10만원이나 파는 사람도 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인간세계에서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약자의 모습을 보는 듯 그렇게 잠깐 씁쓸하기도 했다.

너무 맑고 밝은 그녀가 인간 사회에 한정된 100일동안 적응하며 대웅과의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이제 그녀에겐 채 90일도 안 남았다. 그 위기에 구미호보다 여우같은 은혜인의 방해공작까지 더해져 그녀는 500년전에 악플에 시달렸던 것처럼 그렇게 위기에 처했다. 사람보다 더 맑고 착한 구미호가 사람이 되어 대웅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안타깝고 중간중간 보여주는 그들의 행복하지 못한 결말에 대한 암시가 더더욱 안스러운 가운데 백뮤직으로 깔리는 이선희의 '여우비'는 더욱 짠하게 한다. 거기에 미호의 어록은 신선하고 재밌다. '꼬리가 빠지도록', '뽀글이물이 좋아', '동주선생은 그냥 고기로 대웅이 너는 소고기야', '꼬리가 튀어나오려고 해' ….이런 어록에 남들과 다른 구미호가 만들어내는 캔디같은 캐릭터와 또 다른 예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신민아란 배우를 만나 상승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뭘해도 나빠보이지 않는 이미지의 이승기와 섹시함을 벗어 던진 신민아의 조합은 아주 훌륭하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도 신선하고 새로울 뿐 아니라 인어공주같은 결말이 보이는 듯 한 대웅이와 미호의 사랑의 결말을 보기 위해서라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시청할 이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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