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녀 덕분에 유쾌했다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딸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말,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아빠랑 똑 닮았네.'다.
딸이 아빠 닮는 거야 아주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인데 딸은 아빠랑 닮았다는 말을 싫어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딸아이는 그래도 엄마, 아빠의 괜찮은 이목구비를 닮았다. 아빠의 높은 코, 엄마의 작지 않은 지방 없는 눈꺼풀을 가진 눈, 그리고 너무 얇지 않은 아빠의 적당한 입술을 말이다. 문제는 엄마의 작은 얼굴 사이즈 대신에 아빠의 큰 얼굴 사이즈를 닮았다는데 있다. 그러니 눈이 엄마랑 닮았다고 해도 얼굴형이 아빠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 것이다. 딸아이는 아빠의 얼굴 사이즈가 크다는 걸 알고 V라인이 대세라는 걸 안다.

그래서 가끔 거울을 보며 그런다.
"엄마, 나 얼굴 많이 커?"
물론, 필자는 고슴도치 엄마이기 때문에 그래도 위로를 해준다.
"괜찮아"
그래도 안 커..라는 거짓말은 못하겠다. 그냥 괜찮아라고만 해 줄 뿐이다.

얼굴 크기가 작아야 하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 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민이고 아빠 닮아 얼굴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당연한 불만 같다. 필자도 그랬다. 소화력 좋은 아빠를 닮지 않고 소화기관이 약한 엄마를 닮아 소화를 못 시키는 거라던가, 부모의 곱슬머리를 닮아 지금까지 매직스트레이트에 쏟아 붓는 돈이면 웬만한 차도 샀을 것 같다.
딸아이도 어렸을 땐 얼굴 사이즈가 큰지 어쩐지 몰랐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고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아빠를 닮았다는 것은 얼굴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고 본인이 곡해하고 안좋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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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재밌는 모녀를 만났다.
필자는 14층에서 탔고 그 모녀는 13층에서 탔다.
딸아이는 5살이나 됐을까. 00어린이집이라고 적힌 작은 노랑색 가방을 메고 있었고 아이 엄마는 아주 편안한 복장이었다.
"엄마,  나도 밥 많이 먹으면 엄마처럼 클 수 있어?"
"그럼, 밥 많이 먹으면 키 많이 크지. 근데, 엄마보다 아빠만큼 커야 해."
아이 엄마는 평균 이하의 작은 키였다. 본인을 닮으면 안되고 아빠를 닮아 커야 한다고 아이한테 말하는 듯 했다.
"어, 그럼 안되는데..."
"왜?"
"아빠처럼 배 나오면 어떡해?"
"...."

그 집 아빠를 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 5살 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 눈에도 아빠의 배는 예쁘지 않았음에 분명하다. 아이들은 예쁘고 밉고가 확실하다. 정직하기 때문에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좋은 장점만 아이가 갖기를 기도하고 또 바란다. 하지만, 유전자라는 것이 우성보다는 열성이 강할 때가 많아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병력은 기가 막히게 유전되지 않는가.

아빠를 닮아 얼굴이 크다고 생각하는 딸아이처럼 그 아이도 커서 배가 나오면 아빠를 닮아 그렇다고 할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녀의 대화 덕분에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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