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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판타지가 별건가 '신사의 품격'은 그 자체가 판타지였다.
40대의 현실성과 전혀 상관없는 사랑이야기가 그랬다. 우리의 현실은 40대가 많이 외롭고 많이 힘들고 많은 책임만 가득한 나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언제 가깝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사랑보다는 정이라는 단어를 더 가까이 하고 아이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부모님께도 괜찮은 아들, 딸이지 못해 죄책감을 갖는, 노력하는 세대가 40대가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현실성 있는 40대 가장은 추적자의 손현주같은 남자였다. 그는 아끼고 모아 20평대 아파트를 그것도 대출끼고 장만하고 딸아이 생일 선물을 위해 용돈을 모았고 빠듯한 살림에 보태기 위해 아내는 식당에서 알바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달을 빠듯하게 살아내는 평범한 우리 40대의 모습이다.

 

신사의 품격 종영 -ARTSNEWS

하지만, '신사의 품격'은 너무 나도 완전하게 황홀했다. 고등학교때 만나 40대가 되기까지 같이 한 남자들의 우정도 그랬지만 그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쪼들리기는 커녕 운동장같은 럭셔리한 집에서 사는 것 뿐만 아니라 3번 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러운 그들의 직업 만큼이나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저 보는 것 만으로도 판타지다.
그런 그들이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밀땅을 하는 이야기는 설레이지는 않았지만 찌들음도 고됨도 없어 좋았다. 그저 '신사의 품격'을 보는 시간 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어도 좋을 만큼 그런 이상적인 세상이었다.
그래서 김도진의 까칠함에 김하늘의 허당매력에 메아리의 짝사랑을 응원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캐릭터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 숨쉬게 만들어준 김은숙 작가의 놀라운 배려 능력에 감탄하고 몇 번을 되돌려 봐야 작가의 깊은 뜻을 알 수 있는 대사도 여러 번 복습해도 질리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았다.
현실적이지 않아서, 시름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래서 좋았다. 아프지도, 그렇다고 쪼들리지도 않고 흔한 부모님의 억지 반대도 없고, 효도라는 단어와 자식의 자세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설정 또한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신사의 품격'을 보는 동안은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청럄함이 가득했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로 무더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주 당연한 결말이 조금은 식상했고 모든 등장인물이 김하늘과 장동건의 들러리가 된 너무 판타스틱한 프로포즈 장면에선 뜨악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우정이, 여자들의 사랑이 판타지가 부럽지않게 버무려진 '신사의 품격'은 품격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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